대문자 마더와 마리오네트
깊은생각, 리와인드 | Comments (0)
** 스포일러임!!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아껴두세요 :)

오줌을 싸는 아들과 한약을 먹이는 엄마. 약은 도준의 몸을 통과해 담벼락을 적신다. 혹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까? 입력만큼 출력이 생기고 있다고─아들은 I/O 머신에 불과하다고. 사실 모든 것은 엄마의 뜻대로 진행되었을 뿐이다.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라고 도준을 프로그램한 것도, 사건이 있던 날 밤 “여자랑 잘거야?”라고 도준을 도발시킨 것도 모두 엄마다. 그리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농약 탄 박카스를 먹이거나 지극한 정성으로 과보호함으로써 도준을 “바보”로 만든 것도 바로 엄마다. 때문에 그녀는 용의자의 목격담을 듣는 순간 자신의 책임을 느낀다. 모든 것은 그녀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결국 <마더>가 말하는 모성은, 무능한 공권력과 부패한 변호사 등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아들의 무죄를 밝혀내고 마는 “소시민 마더”의 모성 아니라, 때가 되면 끊어내야할 탯줄을 아직까지 간직한 채 “아들”이라는 마리오네트를 움직이고 있는 “대문자 마더”의 모성이다. <마더>에서 사건은 모성의 계기가 아니라 결과인 것이다. 절박한 모성의 수면위로 “대문자 마더”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야말로 <마더>에서 가장 멋드러진 반전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기억해낸 듯한 도준이 범죄자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엄마의 범죄를 은폐함으로써 공범의 지위에 오를 때, 둘 사이의 수직관계는 해체되고 도준은 하나의 주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제 둘은 같이 잘 수 없다. 그리고 엄마는 춤을 춘다. 모든 것을 떠나보내며─
PS1. 그러나 인간─주체는 마리오네트와 얼마나 다른가?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성이란 무엇인가?
PS2. 여기까지가 내가 읽어낸 <마더>라는 텍스트. 또 다르게 읽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이택광의 “마더, 다르게 읽기“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만하다. 어쩌면 감독이 말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는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텍스트는 언제나 절반만 완성되어 있기 마련이니까.
Tags: 김혜자, 도준, 마더, 마리오네트, 모성, 봉준호, 원빈, 인간, 주체su @ June 30,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