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한다는 것의 의미
지금 거실에서는 드로잉 세미나가 한창이다. 누구는 사람을 그리고, 누구는 사건을 그리고, 누구는 사물을 그리고 있다. 사실 나도 몇 번 참여했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도무지 용기가 안 난다. 사실은 일요일 푸코 세미나 때문에 책도 좀 읽어야하고, 그래서 자체휴강. 아무튼 첫 시간 종이와 펜이 주어졌을 때, 그 생소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물을 보고,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어쩌면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치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평소에 우리는 얼마나 표현하면서 살고 있을까?
5월 1일 두리반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때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박스와 깃발에 적어 자전거에 매달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이 질문이, 표현의 첫 단계인 것 같다. 다소간 머리 아프고 어려운 순간. 그러나 막상 짧은 문장을 정하고, 매직으로 써내려가자 누군가는 이 말을 보겠지 하는 기대에 신이 나기 시작한다. 박스를 어깨에 걸고, 소월길을 달리는데, 차를 타고 가던 어떤 분이 창문을 열고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온라인으로 치면 댓글이라도 달린 것일까?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 두리반에서는 우리처럼 몸피켓을 하고 온 사람이 없어서 가자마자 카메라에 둘러쌓이게 되었다. 그렇게 인터뷰도 하고, 덕분에 여기저기 사진도 남았다.
<두리반에서 찍힌 사진, 나는 아니고 같이 갔던 친구>
이 표현─행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매번 새롭게 완성된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라는 질문은 사실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이다. 그래서 표현은 나로부터 떨어져나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게가 온전히 실려있는 것이며, 받아들이는 이에게 그만큼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니체님은 폭력이라고 말하겠지. 표현은 서로에 대한 폭력이다. 나는 너에게 폭력이다.
오늘은 ‘비공식불디자인서울‘이라는 캠페인을 알게되었다. 완전 킹왕짱 멋진 프로젝트.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도배를 해 놓는 그 “서울이 좋아요” 포스터에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게릴라처럼 붙이고 다니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인구의 1%인 10만 4,641장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목표다. 스티커 문구는? 트위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제안할 수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서울 시민의 표현들 by ilikeseoul>
붙인 스티커는 그 때 그 때 GPS 위치정보가 기록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러므로 스티커가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지 구글맵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책자와 다큐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후원과 함께 문구를 신청하면 당신의 문구를 표지로 하는 사진집을 받아볼 수 있다. 물론, 가장 간단한 후원은 사이트에 자주 방문하면서 트위터 등으로 입소문을 내는 것!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정말 멋진 표현─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포스팅도 쓰고 있고. 표현, 표현한다는 것, 질문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이런 나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서 :) 근데 드로잉 세미나 자체휴강하고 이러고 있다. 다음부터 열심히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