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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생태보고서

by moya on April 28th, 2009

<가난뱅이의 역습>의 주인공인 하지메상이 책출판에 맞추어 출판사의 초대로 (알고보니 출판사에서 초대한게 아니라 자기가 자비들여서 오고, 본인이 출판사한테 연락한거) 한국에 왔는데, 마침 숙소가 정해지기 전에 지음이 메일을 보내서  하지메상의 숙소를 빈집으로 정했고, 그래서 지금 빈집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에서의 첫날인 어제는 한국어판 삽화를 그린 최규석님과 만남이 있었고, 빈집일당들이 하지메상을 빈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최규석님도 함께 낚아오려 했으나 일단 실패. 이미 최규석님과는 지음이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빈집으로의 초대와 여러가지 이벤트들을 기획만 해놓은 상태여서 모두의 아쉬움 컸다. (기획안)

어쨌든, 하지메상은 그의 애인님과 함께 빈집으로 왔고, 빈집은 밤11시가 넘어서 마치 잔치라도 시작하는 듯, 맥주를 꺼내고,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다. 하지메상과 그의 애인님이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일드로 일어를 배웠다는 켄짱이 함께 있었는데, 뭔가 통역을 기대했으나 자기들끼리만 얘기하고 웃고 뒤집히고를 반복하다가, 12시(!)가 넘어서 최규석님이 빈집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간, 잔치는 아랫집을 넘어 마을 전체로 확산되었고,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규석님과 친구인 <사랑의 단밴질> 연상호 감독, 프리미어 기자이자 이글루스 블로거인 허지웅님이 함께 왔다. 그러나 최규석 오덕들이 즐비한 빈집에서 뒤의 두 분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질문과 사인공세와 관심은 오직 최규석님에게만 집중되었다. 와중에 애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던 하지메상은 점점 더 일본말과 함께 고립되어 갔고.. 어쨌든 빈집에서 담근 하우스맥주와 하지메상이 선물받은 굉장한 전통주(장인어른이 만들었다는)와 함께 밤과 이야기가 무르익어갔다.

이 날 최대의 성과는 다음 시네마 빈 상영작으로 <사랑은 단백질>을 확정하고, “감독과의 깊은 밤”을 위하여 감독님도 섭외했다는 것. 물론, 감독님과 함께 원작자이자 그의 친구인 최규석님도 함께 오실 예정이다. 하지메상이 머무르는 동안에 <아마추어의 반란> 상영회를 함께 하면 좋을텐데, 미리 기획하지 못해서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벽 5시 마감이라는 공지영 삽화를 위해 최규석, 연상호, 허지웅 삼인은 2시경에 자리를 뜨고, 우리는 하지메상과의 함께하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은 통역을 맡은 켄짱이 잠든 새벽으로 중개자가 없어지자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짧은 영어와, 의성어들로 교감을 할 수 있었다. <가난뱅이의 역습>을 잠깐 봤는데, 오, 잠깐 본 페이지만들도 완전 신나는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지난번에 다큐 <아마추어의 반란>을 잠깐 봤을때도 그랬었는데!

잠 자다 안밖으로 시끄러워 나온 Michael(미ㅅ-ㅎㅏ엘)과 슬랭한국어 교육에 대해 얘기하다가, 하지메상이 그의 여권을 보여주었다. 홍콩에 갔을 때 친구들이 홍콩말로 “똥이나 먹어라”라는 엄청 심한 욕을 여권에 써줘서, 하지메상은 그걸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도장찍어 달라고 뭔지도 모르는 순진한 일본인처럼 내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 옆에서 한국말로 출입국관리 공문원을 위해 ─국가를 위해─ 욕을 한마디씩 써줬다.

마침 그의 여권이 전자여권이라, 그의 여권을 전자렌지에 돌린 얘기도 하고, 또 돌려가며 괜히 한번씩 꾸겨주고 하는 놀이를 계속했다. 네오가 한국에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이 있다고 설명해줫고, 그 숫자가 구성되는 방법까지 나열해주자, 하지메상과 미ㅅ-ㅎㅏ엘이 놀라워했다. 일본에도 비슷한 제도가 시작되었는데, 코엔지(그냥 들은대로)라는 지역에서는 그 제도를 거부했다고 한다. 아마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했을 거다. 독일에는 애초에 그런 번호가 없고, 다만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에 번호가 부여되며 그 번호들은 갱신될 때마다 변경되는 번호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날 빈집을 둘러싼 다큐 <빈집생태보고서>의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미디어능력자들인 장감독과 잇감독이 무려 테잎 2개를 소진해가며 촬영을 했다. 이렇게 촬영을 해서, 도대체 어떻게 편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운 작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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